[박근원기자]백령도와 대청·소청도, 연평·소연평도로 이뤄진 서해 5도에는 주민 7000여명이 산다.
접경 지역이라서 위험이 감돌지만, 쉽사리 떠나지도 못한다. 240여척의 어선을 끌고 나가 마주하는 바다가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남북 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사는 서해 5도 주민들은 중국 어선 불법조업으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바다의 경계는 사라졌고, 어장은 주인을 잃었다.
중국 어선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과거 중국 어선은 5~20t급 소형 목선이 대부분이었다. 불법조업 단속에 맞닥뜨린 중국 어선은 지능화, 집단화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100t급 대형 철선이 600~700척씩 몰려다닌다.
단속이 쉽지 않은 밤이나 기상이 나쁠 때마다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불법조업을 하는 것이다.
저항도 거세졌다. 흉기와 쇠파이프 등으로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쇠창살을 꽂고, 철판을 두르는 어선도 등장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중국 어선의 공무집행방해로 단속 인력 1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다쳤다.
지난 2011년 12월12일에는 소청도 앞바다에서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해양 경찰관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나포되는 중국 어선 대부분은 랴오닝성과 산둥성에서 온 배다. 특히 서해 5도 주변에 나타나는 중국 어선 근거지는 랴오닝성으로 알려져 있다. 해상 거리가 가까워 유류비, 인건비 등을 아낄 수 있고, 어획물을 신속하게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속한 산업화로 중국 연안이 오염되고, 중국인 수산물 소비가 늘어난 점도 중국 어선을 서해 5도로 이끄는 요인이다.
한국해양경찰학회가 펴낸 '불법조업 중국어선 동향을 통해 바라본 단속제도에 대한 고찰'(2012) 보고서는 "중국 연안은 무분별한 남획으로 수산자원이 고갈됐다"며 "단속으로 잡혀 벌금을 내는 것보다 불법 어획물 수익이 높아 불법조업을 강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불법조업이 10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부 반응은 신통치 않다. 지난해 서해 5도 어민들은 불법조업 피해가 이어지자 13가지 요구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정부가 받아들인 것은 단속 강화와 불법조업 방지시설 설치 정도다. 어장이 81㎢ 확장됐지만, 어민 체감도는 낮다.
배복봉 대청어민회장은 "조업할 만한 해역이 아니라서 아무 소용이 없다"며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피해 보상이 어렵다고 해서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이 개정되길 기다렸지만, 이마저도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